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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맛있는 히스토리]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고소한 치즈가 늘어난다

안녕하세요, 신도리코의 신대리입니다.


갓 구운 피자 위 늘어나는 치즈처럼 눈과 입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식재료가 또 있을까요? 고소한 풍미에 쫀득한 식감을 자랑하는 치즈는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길게 늘어나는 치즈 속엔 먼 옛날 유목민들의 생활부터 로마 제국의 흥망성쇠까지 숨어있다고 하니,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치즈의 역사를 함께 되짚어보겠습니다.






유목민의 횡단이 만들어낸 맛있는 덩어리


인간이 유제품을 섭취한 것은 신석기부터로 추정되지만, 치즈의 역사는 그보다 짧습니다. 치즈의 시작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있습니다. 가장 유력한 것은 가축의 역사와 함께 치즈가 탄생했다는 설입니다.


치즈를 처음 만들어낸 이들은 수천 년 전 처음으로 가축을 시작한 중앙아시아의 유목민들이었습니다. 신선한 풀을 찾아 대륙을 횡단하던 그들에게 가축의 젖은 중요한 식량이자 최고의 영양공급원이었습니다. 유목민들은 젖을 저장하기 위해 가축의 위장을 사용했는데, 이때 위장에 남아있던 효소와 젖 속의 단백질이 결합하여 응고된 것이 최초의 치즈인 셈입니다. 즉 치즈의 처음은 가축의 젖을 저장해 이동하는 유목민의 특성과 뜨겁게 내리쬐는 중앙아시아의 햇볕이 만들어낸 우연의 산물이었던 것이죠.






이후 자연적인 유산균을 통해 만들어지던 치즈는 레닛의 활용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치즈를 만들 때 레닛을 첨가함으로써 가축의 젖이 굳고 압축되는 과정을 동일하게 전수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치즈가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레닛은 양이나 송아지의 4번째 위에서 얻을 수 있는 효소제로 단백질 분해효소인 레닌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치즈를 응고시킬 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레닛의 발견 또한 정확하게 알려진 것은 없으나 4천 년 전 아라비아 행상인 카나나가 사막을 횡단하면서 양의 위로 만든 주머니에 염소의 젖을 넣어두었는데, 다음날 열어보니 염소 젖이 끈적이는 흰 덩어리로 변화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 데서 그 기원을 찾습니다.


치즈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가설을 완벽히 증명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지만, 흔히 유럽의 식재료라고 생각되는 치즈가 아시아에서 출발했다는 내용만큼은 흥미롭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든 치즈는 로마를 통한다


아시아에서 탄생한 치즈가 유럽에서 번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유럽 지역 중 처음으로 치즈가 상륙한 곳은 그리스였지만, 치즈의 융성기를 이끈 것은 로마였습니다. 현재 우리가 먹는 치즈의 대부분이 이때 만들어진 제조방식에서 비롯됩니다.


로마 정복전쟁 당시 치즈는 저장과 이동이 간편하다는 이유로 군인들의 전투식량으로 배급됐습니다. 로마의 영토가 확장됨에 따라 군인들의 필수 휴대품인 치즈 역시 널리 퍼졌고, 퇴역한 군인을 비롯한 로마인들이 식민지에 치즈 제조방법을 전수하면서 치즈는 지중해를 넘어 중앙 유럽까지 진출하게 됐습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듯이 모든 치즈는 로마를 통해 전해진 셈입니다.






영원할 것만 같던 로마 제국이 멸망하듯 치즈도 쇠락의 시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유럽 전역에 무시무시한 흑사병이 퍼졌을 때였습니다. 치즈는 환자들의 기운을 북돋는 데에 쓰이기도 했으나 유럽 전역에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치즈 제조업이 중단될 위기에 빠졌습니다.


이때 치즈 제조기술을 잇고 발전시킨 이들이 수도원의 수도사들입니다. 당시 수도사들은 규칙에 따라 다리가 4개인 동물의 고기를 먹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에게 있어 치즈는 유용한 단백질 공급원이었습니다.






수도사들은 생계 유지를 위해 계속 치즈를 만들었고 환자나 배고픈 농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도원의 치즈 제조 기술도 발전했고 각 수도원마다 특색 있는 치즈가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현재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수도원들 다수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수도원의 이름이 붙여진 치즈는 지금도 널리 사랑 받고 있습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웃으며 치즈!


전통적인 방식의 치즈 제조법은 젖을 짜는 것부터 시작해 약 일 년에 걸친 숙성기간을 지나야 하는 번거로운 작업입니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에 성공한 많은 식재료처럼 치즈 역시 대량생산에 돌입하게 되는데, 1851년 제시 윌리엄스가 뉴욕에 설립한 체다 치즈 공장이 그 시발점이었습니다.






제시 윌리엄스는 공장화된 시스템에서 대형 치즈를 생산하는 것은 물론 생산된 치즈가 일정한 맛을 가지게 하는 데에도 성공했습니다. 이후 덴마크에서 레닛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뒤 치즈의 상업적인 생산은 더욱 활기를 띠게 됐습니다.


대량화에 성공한 치즈의 다음 과제는 보존 기간을 늘리고 휴대성을 높이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요구에 따라 등장한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친근한 슬라이스 치즈입니다. 1911년 스위스에서 처음 개발된 슬라이스 치즈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아시아 지역에 파병된 유럽 및 미군들의 중요한 식량자원으로써 활용됐습니다. 이후 1950년 미국의 한 식품회사에서 대량 생산에 성공하면서 슬라이스 치즈를 비롯한 가공 치즈가 식탁에 등장했고, 1970년대에 들어와서는 우리나라에서도 슬라이스 치즈 생산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TIP. 치즈는 무겁다? 가벼운 치즈 ‘리코타’


흔히 치즈는 다이어트의 적이라고 여겨집니다. 실제로 많은 양의 지방을 가지고 있는 치즈는 100그램당 312kcal로, 건강을 생각한다면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몇 년 사이 다이어트 식품계에 떠오른 리코타 치즈라면 얘기가 다릅니다. 지방함량이 20% 내외인 리코타 치즈는 100그램당 174kcal로 치즈 가운데에 가장 낮은 칼로리를 자랑합니다. 까다로운 제조과정이 필요한 다른 치즈에 비해 가정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는 리코타 치즈는 샐러드와 곁들여 먹거나 카나페의 재료로 사용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리코타치즈 만들기>


▶ 재 료

우유 1000ml, 생크림 250ml, 레몬즙 3큰술, 소금 약간


▶ 만드는 법

➊ 냄비에 우유와 생크림을 넣고 끓인다.

➋ 내용물이 끓기 시작하면 소금과 레몬즙을 넣고 가볍게 섞는다.

➌ 5분에서 10분 정도 끓이다가 내용물이 더 이상 응고되지 않으면 불을 끈다.

➍ 면보를 올린 체에 내용물을 거르고 물기를 뺀다.

➎ 밀봉하여 냉장고에서 하루 동안 보관한다.

(냉장 보관 시 최대 5일, 냉동 보관 시 6개월 이상 보관 가능하다.)




피자, 파스타부터 떡볶이나 등갈비까지 치즈는 다양한 메뉴와 궁합이 잘 맞는 식재료입니다. 치즈는 특유의 맛과 식감, 그리고 웃음을 자아내는 발음으로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직장인 여러분들도 음식을 넘어 세계적인 문화 컨텐츠로 자리잡은 건강한 치즈를 즐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