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은 단순히 물건만 사고파는 공간이 아닙니다. 손님에게 인심 좋게 덤을 주기도 하고, 단골과 주인이 서로 안부를 물으며 정을 나누는 삶의 현장입니다. 그러나 20세기를 거치면서 대형할인마트의 등장으로 재래시장은 경쟁력을 상실했고, 점차 도시에서 사라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던 산타 카테리나 시장은 바르셀로나시의 주도 아래 67색의 화려한 지붕을 얹으며 다시 태어났습니다. 많은 재래시장들이 앞으로 지향할 점을 시사하고 있는 스페인 산타 카테리나 시장을 소개합니다. 



전통을 토대로 미래로 나아가는 재래시장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구도심에 위치한 교회와 대성당 사이 좁은 길을 따라가면 생기 넘치는 시장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은 산타 카테리나 시장(Santa Caterina Market)으로 본래 산타 카테리나 수도원이 있던 장소였습니다. 그러나 1845년에 폭격으로 수도원이 무너졌고, 폐허가 된 공간이 시장으로 탈바꿈하였습니다. 


1848년 새롭게 시장으로 개장한 이후 산타 카테리나 시장은 150여 년 동안 바르셀로나 시민들에게 각종 생필품과 식재료를 공급하였습니다. 하지만 20세기 중반을 지나며 현대화에 실패한 산타 카테리나 시장은 급속히 낙후되었고, 재정위기로 인해 폐쇄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구도심의 중심이었던 산타 카테리나 시장이 쇠퇴하면서, 필연적으로 시장 주변 일대는 활기를 잃어갔습니다. 



▲ 산타 카테리나 시장은 바르셀로나의 시장 중 최초로 지붕을 올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바르셀로나시는 산타 카테리나 시장의 재생을 결정하였고, 스페인 건축가 엔리크 미라예스(Enric Miralles)와 건축사무실 EMBT에 리노베이션을 의뢰했습니다. 이들은 지역의 중심이자 역사 유산인 산타 카테리나 시장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시장의 원형은 그대로 보존한 채 거대한 지붕을 올리고 편의 시설을 건설하는 방안을 택했습니다.



화려한 색채를 자랑하며 하늘에 뜬 거대 지붕


엔리크 미라예스팀은 세 개의 거대한 강철 트러스로 지지대를 설치한 뒤 목재를 엮어 지붕을 만들고 그 위에 325,000개의 세라믹 타일을 얹어, 화려하고 거대한 지붕으로 시장 전체를 덮었습니다. 지붕에 올린 육각형 타일은 주황색•노란색•녹색 등 67가지의 색으로 조합되어있는데, 이는 재래시장에서 판매하는 싱싱한 채소와 과일, 생선 등의 이미지를 표현한 것입니다.



▲ 주황색, 노란색, 보라색 등의 타일이 올려진 지붕은 신선한 농수산물의 색깔을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거대한 지붕을 시장 전체에 덮음으로써 비와 눈을 막고, 통풍과 환기를 조절하여 재래시장은 비위생적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위생적인 환경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엔리크 미라예스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물결 형태의 역동적인 느낌으로 지붕을 디자인함으로써 지중해 연안에 있는 항구도시의 분위기도 한껏 살렸습니다. 



역사를 잇고 진화하는 명품시장


산타 카테리나 시장은 내부 시설을 새롭게 단장하고 편의시설인 주차장과 카페 등 공공 공간을 추가하여 현대화된 재래시장 이미지를 구축하였습니다. 좁은 길을 누비며 상인들과 흥정하고 물건을 사는 산타 카테리나 시장의 오랜 전통은 고스란히 유지한 채, 건축적•구조적•미학적 측면에서 새로운 디자인이 접목된 것입니다. 



▲ 불규칙한 나무조각이 얽혀져 마치 하나의 예술 가옥처럼 보이는 산타 카테리나 시장 전경



산타 카테리나 시장은 전통과 현대 건축이 빚어낸 예술 작품입니다. 재래시장의 공간적•기능적 원형은 유지하면서 아름다운 외관으로 재탄생하여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세계 건축 1001’ 중에 하나로 손꼽히는 건축 관광 명소가 되었습니다. 



▲ 모든 종류의 과일을 구입할 수 있는 토르렌트 과일 가게



바르셀로나시는 기존에 우리가 가진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더하는 방식이 아니라 본래 조성되어 있던 건물에 창의적인 디자인 요소를 도입함으로써 시장을 성공적으로 살렸습니다. 보존과 개발이 어우러지는 지속 가능한 건축이야말로 우리가 사는 환경을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임을 산타 카테리나 시장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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